Ryun

토이 프로젝트

2019.02.24. 일요일


토이 프로젝트1도 만들다 보면 항상 고민이 많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요구사항 분석, 기간과 비용 산출, 실제 프로덕션에 올라갔을 때 고려해야할 점들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확장성 고려는 당연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조율 또한 필요하다. 따분하다. 대체 뭘 이렇게 고려해야할게 많은가.

토이 프로젝트는 그 많은 것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만이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간단하다. 하지만, 그저 간단해 보일 뿐이다. 고민을 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한다.

그러다 보니, 나의 경우에는 사진을 어떻게 하면 멋지게 보여줄까?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다. 사진은 늘 파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별로 즐겁지 않았다. 파일 형태로 존재하는 사진을 직접 열어보지 않으면 무슨 사진을 찍었는지, 기억을 상기시켜주는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졌었기 때문. 그래서 간단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고, 기존에 이미 많이 존재하는 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들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만들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마음만 먹었었다. 실제적으로 해결 되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이유는, 원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기존에 존재하던 라이브러리/프레임워크들은 꼭 무언가 하나씩 빠져있는 느낌이였다. 기능이 좋으면 보여주는 화면이 세련되지 못했고, 아니면 그 반대였다. 그 보다 가장 큰 문제는,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서 만들었던 것들이라서 급격하게 발전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 되어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스크린은 점점 커지고 있고 모바일 네트워크의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는데, 웹상에 표시되는 사진의 해상도는 그대로다. 인스타그램이 있다고는 하나, 말 그대로 “Insta(instant)”gram이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스크린 밀집도가 점점 올라가는 상황에서 컨텐츠의 밀집도도 같이 올라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ony A7M2로 찍은 풀프레임2 카메라의 느낌을 온전히 간직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특유의 느낌이 살지 않는다. 무언가 더 진득하게 보여줄 화면이 필요했다. 또, 다양한 유저가 각각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주고 싶었다.

정적 사이트와 동적 사이트 중에서 골라야 했고, 정해진 사용자들만 접근 할 수 있는 권한 제어의 필요성,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스토리지의 안정성을 보장받으며 사진을 어디다 저장할지에 대한 고민, 저장된 사진은 바로바로 꺼내 보거나 편집 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한 고민, 제한된 네트워크 속도 안에서 사진의 진득함을 담아줄 최적의 해상도와, 여행하면서 iPad Pro로 업로드 할 수 있는 간단한 편집 환경도 고려해야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상 프로덕션 레벨이지, 이게 어떻게 토이 프로젝트인지 모르겠다.

결국, 정말 많은 것들을 고민했고 결정된게 아무것도 없다. 즉, 고민만 하다가 시간이 다 갔다. 허무하지 않는가.

어느 순간부터 개발하려고 할때 너무 많은 것들을 고민한다. 이 기능, 저 기능 생각하다보면 결국 코드의 양은 방대해지고, 해야할 것은 많아지고 시간은 없고. 아는 것이 많아 질수록, 고민해야 할 것 들이 많아져서 느린 Bootstraping이 늘상 반복이였는데 이제 좀 깨보려고 한다. 처음엔 뭔가 거창한 것을 만드려고 이렇게 저렇게 늘 생각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대로 가다간 고민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점진적으로 개발하는게 낫다고 생각된다.

동시에, 토이 프로젝트에 대한 고민과 진척도를 기록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꼭 토이 프로젝트를 위한 블로그는 아니고, 관심 분야에 대해 이것 저것 올릴 생각이다. 브런치도 써봤지만, 에디터의 표현이 너무 제한적이다. 원래 iPad Pro를 산 목적도 어느정도 글로 정리하고 싶은 도구를 산 것이였으니. 130만원짜리 글쓰기 도구 아이패드 사세요 그 돈이면 맥북이!

  1.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는 데에서 비유된 개인 프로젝트를 지칭하는 말
  2. 예전 35mm 필름카메라의 필름 사이즈와 같은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가진 카메라를 지칭하는 말. 풀프레임 디지털 카메라 = 이미지 센서 크기가 35mm인 디지털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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